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재산도, 좋은 성적도 아니라면, 결국 남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힘일 것이다. 나는 그 힘의 이름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자기만의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
조벽 교수의 이야기
EBS <세계 최고의 교수> 중 1인으로 선정된 조벽 교수가 “학교 공부 절반은 버리고 ‘이 능력’을 키우라”고 말한 대목이다. 그가 말한 능력이 바로 이것이다.
정답 없는 문제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자기만의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
글이 든 이유는 대략 다섯 가지다. 정답 찾기는 AI가 더 빠르다는 것, 지식 자체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 미래에는 정답 없는 문제가 더 많아진다는 것, 질문하는 힘이 창의성의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오래 붙들게 된 문장
다섯 가지 이유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이 대목이었다.
질문을 잃은 아이는 정답만 기다리게 된다.
이 문장이 아픈 이유는, 질문을 잃게 만드는 사람이 대개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왜?”라고 물을 때 바빠서 답만 던져주고 아이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시간을 아끼려고 정답으로 끌어당긴다. 그런 순간이 쌓이면 아이는 배운다. 묻는 것보다 기다리는 편이 빠르다고. 능력을 키우지 못한 게 아니라, 이미 있던 능력을 우리가 꺼버린 셈이다.
‘절반을 버리라’는 말을 오해하지 않기
분명히 해야하는 것은 버려야 할 것은 공부 자체가 아니라 정답만 외우고 점수만 따라가는 낡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질문하는 힘은 아무 지반 없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는 게 있어야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질문이 나온다. 기초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기초를 무엇을 위해 쌓느냐를 바꾸라는 말로 읽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
거창한 교육관보다, 나는 매일의 작은 습관 쪽이 실제로 아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내가 지키려는 것들은 이 정도다.
- 아이가 물으면 바로 답하지 않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를 먼저 돌려주기
- 아이의 질문이 엉뚱해도 웃어넘기지 않고 한 번은 진지하게 받아주기
- 틀린 답을 고쳐주기 전에, 어떻게 그 답에 도달했는지 과정을 먼저 물어보기
-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같이 찾아보기
- 결과보다 시도한 횟수를 알아봐 주기
특히 마지막 항목은 “틀려도 다시 배우고, 방법을 바꾸고, 끝까지 해답을 찾아가는 힘”과 이어진다. 실패를 견디는 힘은 설교로 생기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 부모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보면서 생긴다.
남기고 싶은 것
AI는 선택지를 줄 수 있지만,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는 대신 정해주지 못한다. 참고글의 이 지적이 결국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앞으로 마주할 진짜 문제들—무슨 일을 할지, 누구와 살지, 어떤 사람이 될지—에는 채점표가 없다.
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열어주고 싶은 길은 정답이 놓인 길이 아니다. 정답이 없어도 겁먹지 않고, 자기 질문을 들고 계속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을 걷는 법은 가르쳐서 심어지는 게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걸으며 옮겨붙는 것이라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