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Orca를 깔고 워크스페이스를 겨우 정리해둔 참인데, 벌써 다음 후보 이야기가 들린다. 며칠 전 새벽 Orca 관련 블로그글을 쓰다사 thread에서 Paseo 관련 글을 읽고 드는 첫 감정은 감탄이 아니라 피로였다. 도구를 익히는 속도보다 도구가 교체되는 속도가 더 빠른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실감.
하지만 차분하게 다시 자칭 AI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로서, 조사하고 살펴본 결론은 이렇다.
둘은 같은 자리를 놓고 싸우는 동일 제품이 아니다. 2026년의 같은 문제, 즉 “코딩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동시에 돌리는 순간 터미널 하나 머신 하나로는 안 된다”에 대한 서로 다른 두 답이다.
시끄러운 쪽과 조용한 쪽
2026년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한 달간의 커뮤니티 반응이 나뉜다.
- Orca ADE — 2026년 3월에 열린 저장소인데 스타 38,951개, MIT 라이선스, 하루에도 여러 번 릴리스 후보를 낸다. 대가는 열린 이슈 3,225개. 에이전트당 worktree 격리, 다중 에이전트(Claude Code·Codex·Grok 등) 병렬 실행, 모바일 제어가 강점으로 꼽힌다.
- Paseo — 스타 12,481개, 2025년 10월부터 있던 저장소, 열린 이슈 709개. self-hosted 데몬 구조라 데스크톱·웹·iOS·CLI가 전부 얇은 클라이언트다. 텔레메트리 없음, 강제 로그인 없음이 간판.
카테고리 정의로는 이 문장이 가장 깔끔했다.
“No es un IDE, es un ADE. Y seguís usando la terminal para todo, pero adentro de Orca.” (IDE가 아니라 ADE다. 여전히 모든 걸 터미널에서 하되, Orca 안에서 하는 것뿐이다.)
아무도 내 에이전트를 대체하지 않는다. 에이전트를 돌리는 장소만 바뀐다는 것. 이 정리가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진짜 걸린 대목은 마이그레이션 비용이다
기능표보다 눈에 들어온 건 불만 쪽이었다. Orca의 1순위 걸림돌로 꼽힌 게 “이미 다듬어진 환경에서 넘어오는 비용”이라는 점. 문서에 인용된 어떤 사용자는 Cursor에 워크플로를 너무 잘 만들어놔서 그쪽이 훨씬 빠르다며, 설정을 옮길 방법이 있냐고 묻는다. 한국어 반응도 하나 있었는데 짧고 명확했다.
“온보딩 관련 너무 경험이 최악이네여”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내 입장에서 이건 남 얘기가 아니다. 도구를 바꾸는 비용은 설치 시간이 아니라 내 손에 붙은 습관을 다시 만드는 시간이다. 그리고 문서 스스로 인정하듯, 둘 다 재설정 비용을 청구하면서 어느 쪽도 마이그레이션 경로를 주지 않는다. 이번 기간 가장 많이 나왔지만 답이 없는 질문이 그거였다고 한다.
선택 기준을 병목으로 환원한 게 유용했다
기능 비교가 아니라 “내 병목이 무엇이냐”로 질문을 바꿔본다.
- 병목이 리뷰 표면이면 Orca. 다섯 개 에이전트가 격리된 worktree에서 도는 동안 diff·터미널·브라우저 프리뷰를 한 화면에서 봐야 하는 사람.
- 병목이 위치면 Paseo. 작업이 길게 돌고, 소파나 폰에서 조종하고 싶은 사람.
- 둘 다 아닐 때는 그냥 지금 잘 다듬어둔 워크플로를 유지. 이게 은근히 정답인 경우가 많다.
이 기준으로 나를 대입해보면, 나는 아직 1번인지 2번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Orca를 깔았다. 조급함이었다. 그리고 조급함으로 고른 도구는 대체로 오래 못 간다.
2주에 한 번씩 새 참가자가 나온다는 말
Orca와 Paseo 둘 다 모델을 0개 출하하고, 둘 다 git worktree로 격리하고, 둘 다 같은 달에 폰 표면을 추가했다. 차이는 결국 컨트롤 플레인이 어디 사느냐로 수렴한다는 것. 그리고 한 사용자는 “2주 뒤에 새로운 종류의 ADE를 낸다”고 예고까지 하고 있다.
이 카테고리는 아직 아무도 이기지 않았다. 2주에 한 번씩 새 참가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Orca를 설치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에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초조해야 할 쪽은 오히려, 2주마다 갈아타면서 아무 워크플로도 쌓지 못하는 상태다.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카테고리에서 최적의 전략은 매번 최신을 좇는 게 아니라, 어느 쪽으로 옮겨도 살아남는 습관을 만들어두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전트 CLI는 어차피 공통이고, worktree 격리도 공통이다. 그 아래층에 익숙해져 있으면 위층은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다.
결론: 일단 Orca를 좀 더 써보기로
결론은 싱겁다. 방금 깐 도구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열린 이슈 3,225개짜리 프로젝트를 쓰는 리스크는 인정하되, 적어도 “이 도구가 내 어떤 병목을 없애줬는가”에 답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붙어 있어 보려 한다. 그 답이 “없음”이면 그때 Paseo를 보면 된다. 참고글이 말하듯 Paseo는 조용한 쪽이고, 조용하다는 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