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믿어봐” — 2026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정체

프롬프트가 한 줄로 줄어든 순간

이번 리만 관련 뉴스에서 내가 제일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67.2%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believe in yourself”라는 프롬프트였다. 수학 얘기는 솔직히 내 손을 떠난 영역이지만, 사람이 기계에게 건넨 말이 저 수준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이상하다.

실행한 사람은 수학자가 아니라 Anthropic 엔지니어 Jarred Sumner였고 그의 개입은 대체로 “keep going” / “believe in yourself” 수준이었다. 첫 패스에서 650개 아이디어가 전부 실패한 뒤 다시 시켰더니, 모델이 서브에이전트 약 60개를 스스로 조율해 셸 명령 2,400개와 파이썬 스크립트 수백 개를 돌렸다. HN의 tosh가 남긴 한 줄이 이 정서를 다 담았다.

prompt engineering 2025: you are an expert programmer, use industry best practices, test driven development… prompt engineering 2026: i believe in you.

웃긴데 웃고 넘기기 어렵다. 몇 년간 우리가 배운 프롬프트 기법의 절반은 모델의 부족함을 사람이 대신 채워주는 목발이었다는 뜻이 되니까.

먼저 사실관계: 리만가설은 안 풀렸다

여기서 오해를 정리하고 가자. 풀린 건 리만가설이 아니라 그 옆 문제다.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중 임계선 위에 있다고 무조건적으로 증명된 비율의 하한이 41.6%에서 67.2%로 올라간 것이다. Anthropic 자신이 “It didn’t solve it”을 먼저 못 박았고, 한 유튜브 채널의 정리도 명확하다.

It does not mean that an AI proved 67.2% of the hypothesis.

그런데 1차 소스가 전부 “not a proof”라고 써둔 걸 2차 매체는 “cracked”로 번역했다. 이 간극이 이번 사이클의 실질적 마찰점이라는 정리 노트의 지적에 동의한다. 나는 이걸 AI 뉴스의 만성 질환이라고 본다. 사실은 1차 소스에 다 적혀 있는데, 아무도 안 읽는다.

내가 진짜 놀란 지점: 37년이라는 시간축

Brian Conrey가 1989년에 약 40%를 세웠고, 그 뒤 37년 동안 학계가 밀어올린 건 1%도 안 된다. 그 벽을 하루 반 만에 25.6%p 넘겼다. 숫자의 크기보다 이 시간 비율이 무섭다.

다만 방식이 중요하다. 새 이론 발명이 아니라 재조합이었다. HN의 rvz가 인용한 문장이 정확하다.

Claude found that combining the results from Baluyot, Goldston, Suriajaya, and Turnage-Butterbaugh with the work of Bombieri provides a way to surpass the previous state-of-the-art.

즉 이건 천재적 도약이 아니라, 인간이 다 읽을 수 없는 양의 논문을 전부 읽고 조합 가능한 짝을 찾아낸 결과다. 나는 이게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천재성은 흉내내기 어렵지만, 성실한 완독은 확장 가능하니까.

믿음만으로는 안 됐다 — 오케스트레이션이 절반

“믿어봐”만 있었던 게 아니다. 60개 서브에이전트, 셸 명령 2,400개, 3,100만 토큰. 정리 노트가 짚은 패턴 중 하나가 이거다 — 오케스트레이션이 모델 지능만큼 결과의 주역으로 읽힌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의 교훈을 이렇게 정리한다.

  • 사람의 역할이 지시에서 지속으로 옮겨갔다. 뭘 하라고 알려주는 대신, 포기하지 않게 붙잡는 것. 650번 실패한 뒤 한 번 더 시킨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 믿음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예산이다. 3,100만 토큰을 태울 수 있는 환경이 곧 “믿음”의 물리적 형태다. 개인이 흉내낼 수 있는 종류의 믿음이 아니다.
  • 검증 인프라가 성과를 성과로 만든다. Lean 형식화와 comparator 검증 통과가 없었다면 이건 그냥 긴 로그였을 것이다.

그래도 남는 찝찝함

검증은 두 겹인데 둘 다 정식 심사는 아니다. 기계 쪽은 Lean 형식화, 사람 쪽은 사내 수학자 검토와 Conrey·Dan Goldston의 급한 확인. 이건 sanity check이지 refereeing이 아니고, 저널 투고도 없었다는 지적이 붙었다.

더 날카로운 비판은 수학이 아니라 재현성에 꽂혔다. 모델이 미공개·무명이라 Anthropic 밖 누구도 이 실행을 재현할 수 없다. HN의 briansmith는 사람이 쓴 검증 노트의 저자명이 왜 빠졌는지 물었고, behnamoh는 랩들이 수학·의학 성과를 회사가 먼저 거두려고 모델 출시를 의도적으로 늦추기 시작할 거라는 구조적 의심을 던졌다.

나는 후자가 제일 중요한 질문이라고 본다. 성과 발표와 재현 가능성이 분리되면, 우리는 결과를 검증하는 대신 회사를 믿는 쪽으로 밀려난다. “believe in yourself”가 밈이 된 자리에, “believe in the lab”이 조용히 들어와 앉는다. 밈은 웃기지만 이쪽은 안 웃기다.

다음 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발표 하루 만에 누군가 그 논문을 다른 모델에 던져 67.30%로 밀어올렸다는 글이 HN에 올라왔다. r/singularity 스레드는 1,000개 넘는 upvote를 받았고, r/math는 훨씬 조심스러운 톤이었다. 이 온도 차가 상황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이번 일에서 내가 챙길 건 하나다. 포기하려는 순간에 한 번 더 시키는 건, 아직은 사람 몫이라는 것. 프롬프트 기법은 계속 줄어들 것이고, 결국 남는 건 어디까지 밀어붙일지를 정하는 판단력이다. “너 자신을 믿어봐”는 모델에게 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실은 650번의 실패를 보고도 다시 엔터를 누른 사람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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